시작의 숲
난데없이 적어보는 퍼스널 컬러 진단 후기 본문
Q. 아니 덕질 블로그에 이 무슨 난데없는 짓거리인가요.
A. 그러게요. 너무 즐거웠어서 그만...
퍼스널컬러 진단 후기
평소 퍼스널 컬러에 꽤 관심이 많은 편이라(일단 기본적으로 "나"라는 사람 분석은 전반적으로 흥미가 큰 편) 인터넷으로 자주 찾아봤었는데, 실제 오프라인 진단은 금전적으로 부담이 커서 생각만 했었다.
더군다나 20대 초반에는 좀 헷갈렸어도 20+a년 살아보니까 아무리 둔해도 대충 내가 어떤 색은 안받는다 하는 대략적인 각은 나오다보니 필요성이 있나? 싶기도 했고. 덕질하는 오타쿠라 그 돈으로 다른걸 더 하기도 했음.
금전적인 부담은 좀 덜한데 사회생활하려니 옷이며 화장품이며 사기 시작해서 관심이 다시 타오를 즈음은 블랙회사에 걸려서 개고생을 하느라 신경쓸 겨를이 메말라가기도 했다. 뭐, 아무튼. 돌고돌아 여유가 나니까 이제사 좀 해볼까 싶어져서 도전해보기로 함.
사실 기본적으로 회색이 잘 어울리는건 알고 있었고, 색이 쨍한거, 어두운건 일단 피해야하는거 알고 있었다. 그래서 대강 뮤트톤(당시는 회끼가 있고 명도가 밝으며 흐릿한 색상 정도로 인식)이라고는 추정을 해둔 상태에서 이게 과연 쿨인지 웜인지가 관건이었는데, 피부색이 노랗기도 하고(이런걸로 판명안되는거 알면서도 내심 영향 받았단 소리)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내가 온색이 조금 더 잘 받아보여서 가을 뮤트겠거니 했었음.
그래서 사실상 내가 웜톤이라는 전제 하에 과연 가을 뮤트인가, 아니면 의외로 가을 딥이나 스트롱인가를 확인하러 가는게 목적이었다. 대강 물빠진 색이 어울리는 것만 알았기 때문에, 전문가가 보면 뭔가 다른 웜톤(그나마도 가을에 자꾸 한정함)이 나오겠거니 했었고.
그렇게 마음을 먹고(대략 5월 말), 함께 진단받을 지인 두 분이 생겨 진단 예약을 한 후(6월 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진단받을 날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이게 의식을 한 탓인가 이상하게 어느 순간 골드 악세사리가 겉돌고 실버 악세사리가 피부에 어울려서 쎄함을 놓지 못했었음. 게다가 여름이라 여름 옷을 꺼내입었는데 연한 하늘색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으니까 이 옷만 입으면 참 잘 어울리는데 싶은 생각이 지나가서 2차로 쎄해짐.

그래서 속으로 아 여름 뮤트로 나올 수 있겠구나 하고 마음을 굳세게 먹었다. 불과 이 주 전만 해도 웜톤에 자신이 있었는데(씁쓸)
그래서 올리브영 세일 기간에 혹시 몰라서 색조를 안샀다. 옷도 새로 사려다가 말았음. 혹시나 싶어서.
그리고 대망의 진단일.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고 인간의 쎄함은 생각 이상으로 위대했다. 아래로 서술할 모든 내용은 이 짤 하나로 요약이 가능하다.

그렇다. 나는 나에게 속았다.
일단 내가 진단받은 곳은 컬러라이즈(청량리점)였고, 최아름이라는 컨설턴트께서 진단을 해주셨다.
다른 지인분들 이야기는 개인정보이니 각설하고, 내 결과는 일단 이랬다.

Best. 여름 Light
Second. 여름 mute
Worst. 봄 Bright

페일톤 색상이 베스트에, 라이트 그레이쉬가 호환 가능하고, 그나마도 그냥 라이트는 포인트로만 추천받았다. 저채도를 무척 강조받고, 명도는 높게. 제일 경악스러운건 흰색이 제일 잘 어울린단다.
그러니까, 단적으로 말해 이것이다.

퍼(스널)컬(러): 나 색 치우고 올게.
나: 뭐요?
퍼컬: 색 치우고 올게
나: 안 돼, 색 안 치워
퍼컬: (핵단호) 작별 인사해. '색아, 안녕' 해
나: (미어캣 모드)
퍼컬: '인간아 안녕히 계세요, 니 인생의 색깔들은 갑니다."

자, 같지도 않지만 이게 결론이고. 진단받았던 순서를 더듬어 적어보자. 나같은 경우 식사를 해야하는데 쌩얼은 역시 부끄러워서 메이크업을 했었기때문에 양해를 구하고 파우더룸에서 화장부터 지웠다. 다만, 이 과정에서 얼굴이 뒤집어져서(파워 민감성) 나같은 경우 진정할 수 있는 케어제품을 챙겨가기를 추천함.
그렇게 화장을 전부 지우고나면 제일 처음에 작성해야하는 서류를 하나 주신다. 간단한 신상정보(직장 및 나이에 따른 이미지 컨설팅 참고용으로 추정)부터 평소 좋아하던 색과 싫어하던 색,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던 색(의류)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색(의류), 자주 쓰는 립스틱 색, 제형, 타인이 나를 볼 때 떠올리는 이미지, 내가 원하는 이미지, 퍼스널 컬러 진단을 왜 신청하게 되었는지, 어떤 부분이 제일 궁금한지 요 정도 순서였음.
다 작성하고나면 읽어보시며 좋아하는 색과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색, 싫어하는 색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색에 중복이 있으면 짚어주고 밝은 색상을 더 잘 입는지 여부나 초록이 싫으면 그 초록이 쨍한건지 말간건지를 묻는 형식이었음. 다시 짚고 넘어가며 참고하시는 느낌.
그리고 퍼스널컬러에 평소 관심이 있었는지 확인 후 가진 지식에 따라 간단히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컬러천을 대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데, 자연모면 머리를 묶으면 되고, 염색모의 경우는 흰 천으로 머리카락도 가림. 입은 옷의 색도 영향이 있어서 흰 천으로 옷도 가리고 시작한다.
앞에 거울을 두고 시작하는데, 피부색과 머리, 눈동자색도 체크한 후 눈동자의 경계가 뚜렷한지도 체크하셔서 꼼꼼함에 감탄했다. 일단 나는 붉은기가 도는(평소에도 은은하게 홍조가 있는데 하필 뒤집어져서 훨씬 더 붉었던게 아쉽다) 피부, 머리카락은 피부와 꽤 대비되는 어두운 색, 눈동자는 또 의외로 조금 밝은 색이라고 판단해주셨는데 이것도 팬톤 컬러로 판별해주시더라.

눈동자 경계는 뚜렷하고, 피부와 머리카락 색이 대비가 크다고 하셨음. 더불어 피부는 웜도 쿨도 아닌 뉴트럴톤, 머리카락과 눈동자는 쿨톤으로 체크해주셨더라.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빨강 색조-파란 색조-노란 색조 등등의 순서(기억나지 않음. 추정임)로 컬러 드레이핑을 해주시는데, 이게 나 혼자 볼때는 판단이 잘 안서고 건너편에서 봐주는 지인들이 차이를 더 드라마틱하게 아신다. 일단 빨강 색조는 지인분들이 긴가민가 하셨는데 강사 분이 나는 웜이랑 쿨에 따른 차이보다는 명도와 채도에 의한 차이가 더 크다고 말씀하셨음.
저채도, 고명도의 색이어야 붉은기가 가라앉아보인다고. 그리고 웜과 쿨을 가르자면 웜의 경우는 다크써클을 강조하는 느낌이 강해서 쿨이 맞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 즈음의 나는 여름뮤트 정도까지 예상했던터라(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 중 여름 쿨 비중이 높다고 들었음) 그냥 신기하네 정도였음.
빨강 색조 드레이핑이 끝나고 베스트로 꼽힌건 연핑크였다. 할머니 보자기 색이라니까 맞다고 하셔서 같이 웃었음.
허허...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즐거웠다(...)

그리고 이어지는 파랑 색조 드레이핑. 강사 분이 처음에는 파랑이 잘 안받는다고 말씀하셨었는데, 이리저리 대보니까 연한 하늘색이 닿자마자 내가 보기에도 확연히 얼굴에 붉은 기가 사라지고 부드러워지는게 보였다. 가장 드라마틱해서 이게 베스트 컬러가 되었고 그건 내가 봐도 베스트라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은 민트색도 추천하셨고...

이쯤되니 쨍한 색(민트도 쨍한 민트가 받긴 받더라)도 생각보다 잘 받아서 마음 한 켠이 서늘해지기 시작했음
강사님이 너무 쨍한 색은 입술 혈색이 좀 아쉽지만 피부가 정돈되어 괜찮단 평을 덧붙여주셨다. 벗 그럼에도 나는 여름 뮤트가 나오겠거니 했음. 왜 그랬을까? 생각해도 알 수 없다. 원래 찍먹만 하던 자의 최후란 그런법이다.
그리고 이쯤부터는 내가 잘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여러모로 내 이상과 현실이 맞질 않으니 정신을 놨었던 모양인데. 이 즈음 아마 노란 색조를 대봤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 아주 어마어마한 일이 펼쳐지게 되는데...

내가 혜리를 좋아해서 영상을 자주 찾아보고는 하는 편인데, 나도 딱 노란 색조 중 저 황토색이 올라오자마자... 얼굴이 컬러를 토해냈다. 아니 어떻게 이러지? 싶을 정도로 저 색이 올라오자마자 내 얼굴은 전쟁터가 됨. 나는 졌다. 진짜 속절없이 무너져서 미친 인간처럼 웃어제낌. Oh... 정말 신세계였음. 다른 의미의 신세계. 나는 오늘 충분히 새로운 세상을 맛봤는데 얘는 나를 다른 의미로 쓰러트렸다.
강사님도 웃고 나도 웃고 지인들도 웃고 거의 흐느끼면서 강사 님이 이것도 워스트같다며 멈추지 않고 또 다시 천을 가져다 대시는데...
사진은 없지만 쌩노랑, 혜리 아래에 있는 갈색, 개나리색, 쌩주황색, 쌩초록색까지... 그쯤되면 너무 웃겨서 진짜 거의 울었음.
지인 분은 그 와중에 명언 남기셨다.
강사분: (황토색 가져다대심)
지인: 찜질방은 못가시겠네요.
강사분: (초록색 가져다대심)
지인: 수술복은 안되겠네요.
강사분: 어, 진짜 수술복 색은 여기 있어요! (가져다대심)
나: (너무 웃어서 흐느낌)
나는 찜질방도 수술실도 들어가선 안되는 몸이 되었고, 더불어 노란색은 절교 선언을 받았다. 슨생님, 저는 오타쿠고 제가 특촬 슈퍼전대에서 옐로를 최애로 두고 있어요. 슨생님... 슨생님 제게 어찌 이러십니까...

그리고 아주 못도 하나 박으셨는데, 나는 하얀색이 제일 잘 어울린다고 하심(순수 화이트는 아니고 약간 그레이쉬한) 컬러천 가져다대지 않은 그대로가 베스트라고(ㅋㅋㅋㅋㅋ) 그렇게 강사 님이 최종 베스트로 픽하신 색은 아래의 두 개이다.

평소 엷은 하늘색 셔츠 안에 흰 티셔츠를 입으면 청량해보여서 좋아했는데 그게 무려 내 베스트였다. 물론 이렇게 알고 싶지는 않았음. 난 정말 예상을 1도 못했단 말이다.
우리 모친께서 너는 흰색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하셔도 나이 있으신 분들 특유의 밝은 옷 선호가 반영되었다고 생각했단 말이다. 그런데 그 안목이 찐이었다니. 어머니 죄송해요가 절로 나오더라.
이쯤되어 강사님이 정확하게 집어 진단을 해주셨다. 나는 여름 라이트라고. 여름 뮤트도 아니고 라이트요?
세상이 다 나를 속이는게 틀림없었다. 집에 있는 옷장 속 수많은 웜톤 옷과 당장 가져온 파우치 안의 웜톤 색조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고 정신이 아득하더라.
현기증난단 말이에요.
워스트만 피하자 마인드였는데 걸어다니는 워스트 인간이었단 말이에요.
그나마 위안이 되는건, 내가 회색은 정말로 잘 받는게 맞았다는 사실이다. 회색이 안받는 경우도 있는데 나는 회끼있는 색도 잘 받는다고 하셨음. 10개 중 9개가 글러먹은 상황이지만 그나마 위안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결정된 나의 워스트(오른쪽), 베스트(가운데), 세컨드(왼쪽)

워스트 노란색 비중이 무슨일이지요? 강사님은 나를 보며 다시 한 번 노란색은 멀리하라고 강조하셨다. 나는 연보라색, 소라색(일본어식 표현이지만 보편적으로 이렇게 말해야 떠오르는 색이 있으니 양해를 바란다), 민트색, 연분홍색, 그리고 흰색이 베스트. 회색도 괜찮으나 명도는 무조건 높게, 채도는 되도록 낮게. 한색 위주로 고를 것을 당부하셨음.

그렇게 결정되어 받은 나의 최종 컬러칩.

색 자체는 너무 예쁜데, 내가 생각하던 물빠진 색이 아니고 물빠진 후 햇빛에 색 한 번 더 날아간 색이다. 흰끼가 아주 낭낭한데 그마저도 물에 담가둔 느낌.
이쯤되면 맙소사. 내 옷장의 옷은 어쩌지. 내 색조는? 하고 정신 날아가는걸 애써 붙잡아야 했다. 아직 진단이 남아있었으니까.
그나마 나는 염색을 하지 않았는데, 자연모가 베스트였다. 최근 어쩐지 실버 악세사리가 착 붙는것 같더니 아니나다를까 실버 악세사리가 베스트로 꼽혔다. 아니면 화이트 골드. 큐빅과 진주도 추천받았다.
대비가 강한게 어울리는지, 그렇지 않은지도 확인하셨었는데 나는 중-저대비가 좋다고 하셨다. 흑백은 너무 딱딱 나뉘는 느낌이 강하니까 검은색보다 차콜, 네이비를 이용해 대비 효과를 내라고. 정장 구입시 참고 예정이다.
그렇게 베스트 여름 라이트, 세컨드로 여름 뮤트를 받은 후 대망의 파우치 공개 시간이 다가왔는데.
니: (머뭇) 저는... 다 웜톤인데
강사님: 어유, 정말 그렇네요
그렇다. 정말 내 파우치는... 총체적으로 노답이었다. 심지어 베이스도 잘못 쓰고 있었음(ㅋㅋㅋㅋㅋ) 저는 사실 제 피부가 까만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자연스러운 베이스는 23호고 피부가 노라니까 옐로우 베이스가 맞다고 생각했던거죠(메알못임) 그런데 강사님이 23호 소리 들으시자마자 너무 어둡다고 진단해주셨다. 붉은기가 심해서 가리려고 옐로우 베이스를 쓸 수는 있는데, 그런 경우 다크닝이 올라오니까 21호, 핑크 베이스로 그냥 쓰려면 22호를 쓰라고 하셨음.
그래서 그냥 얌전히 지인 분의 핑크베이스인 21호 쿠션을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좀 밝겠지만)
색조? 색조는 그냥 재기불능이었음. 내가 가지고있던게 너무 웜톤이라 왜 지금껏 화장을 얹을수록 묘하게 갑갑하고 어색했는지 직관적으로 이해가 됐다.
피부보다 어두운 웜 옐로우 베이스에 진한 웜 컬러 섀도우에 웜 컬러 립까지 바르고 블러셔도 야무지게 하니까 망했지. 전부 웜으로 통일해버리니까 언뜻 큰 문제는 없지만 아무래도 본래 얼굴에 비해 답답함이 있었다는 이야기.
게다가 페일톤 베스트니까 색조는 없을 수록 도리어 베스트라고 한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섀도우 팔레트를 하나 더 샀지만. 엷게 바르면 되지.
립의 경우는 왜 내가 지금껏 풀립을 바를 수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나같은 경우 립글로즈만 발라도 충분해보인다고 하심. 매번 립을 톡톡 조금씩 발라서 안맞는걸 몰랐던거였다. 추천해주신 립을 바르니까 확실히 알겠더라. 나는 내 인생에 플럼 립을 쓸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플럼이 받더라...
이게... 받네? 이게 왜 받지? <- 쭉 이 상태였음.
블러셔는 홍조가 있는 편이라 하지 않는게 낫다고 하셔서 가볍게 패스.

그리고 상담해주시는 강사 분도 여름 쿨이셨는데, 눈화장을 너무 예쁘게하셔서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어떻게 하셨는지 여쭤봤음. 추천해주신 팔레트로 하셨다고 알려주셨는데, 정말로 한 듯 안 한 듯 한 색상으로 하셨더라. 근데 너무 청량하고 예쁘셨다.
그렇게 컨설팅을 마치고 나와서 여러가지 일을 마치고 올리브영에 들렀다. 립만큼은 확실히 얼굴이 달라보여서 추천받았던걸 하나 구입하고, 쿠션 파데 하나, 섀도우 팔레트를 하나 구입했다.
팔레트는 지금 보니까 이건 쿨톤 팔레트가 아니란 소리가 있는데, 엷게 바르면 될 것 같아서 집어왔음. 전문가 아닌 이상 이 정도는 크게 위화감 모를것 같기도 하고. 웜 쿨보다 채도랑 명도가 더 중요하다고 들었으니까. 제법 시원한 느낌의 색상이기도 하고(거의 자기세뇌)
+6/22 다행히 내가 진단받은 곳에서는 쿨톤 팔레트로 소개되어 있더라(블로그에 올려두신걸 지금 발견함) 실제 파우더룸에는 안보이길래 긴가민가했지만 신상이라 없었던 모양. 이런들저런들 내가 좋은게 우선이니 잘 골라온 것으로 하자.
맞다. 그러고보니 혹시 내 얼굴에 펄이 어울리는지 물었는데 나는 펄을 써도 괜찮다고 하셔서 그건 좋았다(까마귀라 펄 러버임)

이쯤되니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상담이 더 길어졌는데도 강사님이 친절하게 끝까지 알려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나중에 프로필이 있으신걸 읽어보니 메이크업 아티스트셨다고 쓰여있는데, 메이크업 쪽으로 상세하셨던 이유를 충분히 알겠어서 신기했다.
아무튼, 웜톤인 줄 알았던 내 인생에 뮤트도 아니고 여름 쿨 라이트라는 생각지도 못한 톤이 등장해서 듣도보도 못한 마성의 삼각관계가 됐다. 난 아직 가을 뮤트를 놓지 못했으니까...(아련)
아직도 미련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옷장 옷들 스캔하고 있음. 워스트인거 아는데도 차마 버릴 수가 없다.

자, 글이 너무 길어졌으니 이제 최종 결론을 내보기로. 이렇게 내가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생각은 '진작 전문가에게 진단을 받을걸 그랬다' 였음. 직접 여러가지 천을 즉각적으로 바꿔가며 드레이핑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겠더라. 더구나 전문가는 안목이 확연히 다르기때문에 내가 어줍잖게 판단해봐야 노소용이다. 얌전히 돈과 시간을 모아 진단을 했었더라면 이렇게 색조며 옷이며 후회공이 될 일이 없었을텐데. 차라리 지금부터라도 실수할 일을 덜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고.
그렇다고 '무조건 이것만 입으라!'는 말은 물론 아니다. 강사님도 그러셨다. 평소에 입고 싶은거 입어도 되는데, 돋보여야하거나 필요하면 맞춰입으라고 있는 진단이다. 내가 나를 돋보이게 하고 싶은 자기만족이 어쨌든 가장 중요한 법이니까.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게, 이렇게 진단받고나면 최대한 맞추고 싶어지는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진단 전에 다른 사람들의 후기도 봤었던터라, 나처럼 생각과 다른 톤이 나왔을때의 멘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나저러나 톤을 안다는건 메리트가 충분히 커서 앞으로 사회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고.
그럼 이제 각설하고. 긴 퍼스널 컬러 후기를 마친다. 덕질 블로그에 무슨 바람이 불었나 싶어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를 바라며.